조회수 : 47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08.09 17:17 분류 : 북한인권

[이슈브리핑 NO.11]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누구를 위한 열병식인가

 

 
 
[이슈브리핑 NO.11] 북한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누구를 위한 열병식인가
 
 
북한인권라키비움[NKHR Larchiveum]                              등록일: 2023-08-09 (18:00)   
 
 

안녕하세요. 이번 이슈브리핑에서는 북한의 명절 중 하나인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전승절)’ 행사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7월 27일은 3년간 이어진 6.25 전쟁의 포화가 멈춘 ‘정전협정 체결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날을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라고 주장하면서, 매년마다 이 날을 축제나 열병식을 열어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 날이 북한에서는 “조국 해방전쟁 승리의 날”, 또는 “전승절”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째서 이 날을 전쟁 승리 기념일로 여기는 걸까요?

북한이 이 날을 전승절로 기념할 수 있는 이유는 6.25 전쟁의 원인이 미국의 부추김을 받은 한국의 침략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역사 왜곡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북한 당국은 6.25전쟁과 휴전 협정에 대해서 “남조선의 북침으로 인해 북한의 존망이 걸린 위기에서 김일성의 신묘한 전술로 한국과 미국을 무찌르고 휴전을 가장한 항복을 받아낸 날”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전승절은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기념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매년 성대하게 치러져 왔는데요. 코로나19 시기에서도 김정은 총비서는 오히려 행사 규모를 더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2021년부터는 전국노병대회를 비롯하여, 조선직업총동맹, 청년동맹,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여러 단체가 참여해 시낭송모임과 같은 여러 행사를 진행했고, 예술공연으로는 만수대예술단, 국립교양악단, 국립민족예술단이 소집되는 등 이전에 개최되지 않았던 행사와 단체를 상당히 동원했습니다.

코로나19가 완화된 2023년, 북한은 정전 제 70주년을 맞이해 예년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의 전승절 행사를 치루었습니다. 북한은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부터 주요 행사를 야간으로 변경해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야간에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병력과 관중을 동원하여 열병식을 진행했는데, 열병식 대열에는 핵 미사일 등 기존의 전략무기와 함께 무인정찰기 및 무인공격기로 추정되는 기체가 공개됐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단이 참관한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이, 러시아에서는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가 김정은과 주석단에 나란히 서서 열병식을 참관했습니다. 특히 김정은은 러시아 대표단들과 친밀함을 과시했는데, 도착 다음 날(26일)부터 접견, 무기전시회 참관, 기념공연 관람, 열병식 참관까지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으며, 이들은 열병식 말미에 ‘화성-18’’형이 주석단 앞을 지나가자 거수경례로 경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을 본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핵 개발로 인해 고립된 북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 대표단과의 사진이나 행사에 대해 중국보다 훨씬 많이 보도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과의 대립을 세우는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려는 의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전승절을 기념하면서 북한 내 결속력을 다지는 것보다도 외교적인 요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암시합니다.

 

누구를 위해 열병식을 하는가?

 

“조선인민군은 국가방위의 기본력량, 혁명의 주력군으로서 사회주의조국과 당과 혁명을 무장으로 옹호보위하고 당의 령도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다.”

“조선인민군은 모든 군사정치활동을 당의 령도 밑에 진행한다.”

 

- 조선로동당 규약 제 47조 (2021년 1월 개정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고, 군대 역시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경우는 다릅니다. 당이 모든 것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북한에서는 군대 역시 “인민의 군대” 가 아닌 “당의 군대”로서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열병식 역시 타 국가의 전승절의 기념 행사와는 그 목적을 달리합니다.

열병식이나 기타 행사에 동원되는 북한 인민군이나 관중들은 적게는 한 달, 많게는 6개월 이상의 고된 연습을 실시합니다. 연습이 어찌나 혹독한지, 이로 인해 영구적인 신체적 장애를 얻는 사례도 다수 보고됩니다. 한 북한군 장교 출신의 북한이탈주민은 열병식을 위해 군에서 가장 건장한 장병들을 선발함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연습이나 구타 등 가혹행위로 인해 영양실조나 위장병에 걸리는 장병이 다수 발생한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 있을 행사에서 당 중앙위원회와 최고지도자를 위해 선보여야 할 열병식을 완벽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이러한 혹독한 연습을 견뎌야 합니다. 이번 열병식에서도 퍼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인민군 장성이 북한 인민이 아닌 김정은 총비서와 인민군을 향해 전승절을 축하하고, 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연설문을 낭독한 것에서, 열병식을 통한 군사력 과시 행동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생명권, 재산권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환경에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인민을 책임져야 할 북한 당국이 그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반대로 인민은 물론 모든 기관이 당과 최고지도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더불어 주민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임, 그리고 국제사회가 이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꾸준히 논의되기를 바랍니다.

 

참고문헌

김태경, & 이정철. (2021). 조선노동당 제 8 차대회 당규약 개정과 북한의 전국 혁명론 변화. 통일정책연구, 30(2), 1-28.

김성주. (2019). 김정은 시대 북한군의 성격 변화 연구-‘현대화· 정규화된 혁명군대’의 추구를 중심으로. 북한연구학회보, 23(2), 105-130.

KBS, [현장] 北, 전승절 심야 열병식 '녹화 중계'…ICBM·핵어뢰 등 과시/북한판 글로벌호크·리퍼 등장…무인기 외 새 무기는 없는듯, 2023. 07. 28. https://www.youtube.com/watch?v=4nDOd3XKe6s

박재우, 『북, 전승절 열병식 개최…TEL 여러 포착』, 《RFA》, 2023. 07. 27, https://www.rfa.org/korean/in_focus/nk_nuclear_talks/727nkevent-07272023163036.html

김환용, 『북한 김정은, 중러 대표단과 '전승절' 열병식...ICBM 공동사열 밀착 과시』, 《VOA》, 2023. 07. 28, https://www.voakorea.com/a/7201718.html

김장현, 북한 전승절 후속 보도 '러시아' 부각…중국보다 많아, 《연합뉴스》  2023. 07. 30, https://m.yonhapnewstv.co.kr/news/MYH20230730004200641

최소망, 통일부 “北전승절 행사 규모 커져…김정은 연설 기존과 유사” 《뉴스1》, 2021. 07. 28, https://www.news1.kr/articles/?4386323

장슬기, 北 최초 겨울 열병식…“군인 고통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DailyNK》, 2018. 02. 01, https://www.dailynk.com/%E5%8C%97-%EC%B5%9C%EC%B4%88-%EA%B2%A8%EC%9A%B8-%EC%97%B4%EB%B3%91%EC%8B%9D%EA%B5%B0%EC%9D%B8-%EA%B3%A0%ED%86%B5-%EC%83%9D%EA%B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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