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 58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11.03 17:06 분류 : 북한인권

[이슈브리핑 NO.14] ‘평양 문화어 보호법: 인간의 자유 통제의 끝자락, 언어 규제’

안녕하세요?

북한인권 라키비움, 아이디어 포럼의 위클리 이슈 브리핑, 14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매일 같이 쓰던 단어를 갑자기 못 쓰게 된다면 어떨까요? 일상생활이 불편할 수도, 답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거기에 더해 갑자기 못 쓰게 한 단어나 억양을 실수로라도 사용한 것이 적발되었을 때 처벌된다면, 그 수준이 최고 사형까지 이어진다면 어떨까요? 오늘날 이러한 황당무계한 것을 자국민에게 시행하는 곳이 있습니다.

 

<한국말? 괴뢰말? 평양 문화어?>

약 9달 전, 2023년 1월 19일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남한식 한국말을 괴뢰말이라고 지칭하며 이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였습니다. 그 항목들에는 남한식 한국말의 억양, 단어, 줄여 말하기, 작명 등 이 포함됩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관지 '평화통일'에 게재된 기고문에 따르면, 평양문화어보호법 제2절에는 '오빠' 같은 이성을 부르는 호칭과, '사장님'이나 '지배인님'처럼 직책 뒤에 '님'자를 붙이는 용례가 박멸해야 할 '괴뢰말 찌꺼기'로 규정됐습니다. 북한은 '괴뢰식 억양'을 본뜨는 행위도 금지했습니다. 평양문화어 보호법 제22조에서는 남한 '괴뢰식 억양'을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억양으로 묘사했습니다. 북한 말투에 비해 부드럽고 상냥하게 들리는 남한 말투를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자녀들의 이름을 괴뢰식으로 너절하게 짓거나 손전화기, 콤퓨터망에서 괴뢰말투를 본뜬 가명을 만들어 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제23조), "일상생활에서 일부 기관 명칭과 부름말을 규범에 맞지 않게 제멋대로 줄여 사용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제44조)는 내용 등도 해당 법은 명시하고있습니다.

나날이 강화되는 억압과 도를 넘은 처벌들은 주민들을, 특히나 젊은 세대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청년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남한어? 북한어? 얼마나 다를까>

분단 이후 수십년이 흐른 오늘날, 남과 북의 언어 차이는 모두에게 익숙한 주제일 것입니다. 발음에서부터 시작해 단어, 문법 그리고 억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이들이 남북의 언어에  이질적인 인상을 심어줍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한국어에는 우리가 아는 한국말에 강력한 억양만이 첨가된 것이 아니라, 단어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은,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노동당과 조합될 수 있는 단어는 위대한, 경애하는 등의 긍정적인 표현만 가능하며, 동무, 성인교육, 도적촌 (민족 반역자들이 사는 곳), 파몰아치다 생지옥 (낡은 사회에서 근로자에 대한 흑심한한 착취와 억압으로 말미암아)와 같이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정의하는 문화어란 평양말을 중심으로 한 노동 계급의 이상과 생활 감정에 맞도록 규범화한 북한의 공용어,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북한의 규범어인 문화어는 정치/혁명적으로 조성한 인공적 언어로, 인민의 계급 교양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1966년 부터 내각 직속의 국어사정위원회와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에서 본격적인 말다듬기 사업을 진행하여, 언어에서 나타나는 ‘비혁명적/비문화적’ 요소를 정리하고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문화어’라 부르는 표준어 정책을 전개하였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언어를 사상을 나타내며 사람들이 서로 교제하는 데 쓰이는 중요한 수단이자 혁명과 건설의 힘있는 무기라 정의하였습니다. 

평양 문화어 보호법은  2020년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에 제정된 청년 교양 보장법에 이어 김정은 정권에 있어 가장 가혹한 문화 통지 법 조항으로 여겨집니다. 과거의 두 법 조항들과 유사하게, 올해 제정된 ‘평양문화보호법’ 또한 외래의 문화를 완전히 배척할 것임을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동 사상 문화 배격 법에 대해 다룬 아이디어 포럼을 확인해보세요!

아이디어 포럼 - 북한인권 라키비움 (nkhrlarchiveum.org)

 

<문화 통치? 소프트 파워 (soft power)>

오늘날, 한류, 한국의 K-문화는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소개하는데 있어 땔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문화의 장에서  드라마, 방송 예능 프로그램, 웹툰 또는 음악 등과 같은 한국 문화 컨텐츠는 글로벌 시대에 알맞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하여 전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류의 영향이 (공식적으로)미치지 못하는 단 한 곳, 바로 북한인데요, 이제는 더 이상 ‘여전히’가 아닌 더욱 더 심각한 수준의 강압적인 문화 통치를 북한 정부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진행하는 현상은 과거 식민 통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1948년도에 발표된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세계인권선언문) 19 조는 인간 누구나 의견을 가지고 표현을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류는 이 조항을 바탕으로 표현의 자유를 인권으로 포장 받거나 추구하고 있습니다.

‘Article 19, Everyone has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is right includes freedom to hold opinions without interference and to seek, receive and impart information and ideas through any media and regardless of frontiers.’

그러나 북한관련 언론 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3월 중순 양강도 혜산시 경기장에서 남조선 말을 하다가 단속된 소년들이 소년 교화 2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 드라마나 문화컨텐츠에 대한 관심은 북한 청소년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남한의 문화가 유행하고 한국 말투를 따라 쓰는 사례가 잦아지자 북한은 이를 반동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강도 높게 처벌하는 등 2020년도부터 한류를 차단하고 처벌하는 법률들을 채택함으로써 청소년들에 대한 사상 단속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공개비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의 현상은 청소년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자본주의 문화에 빠져들지 않도록 강하게 주의를 주려는 목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북한이 현재 새로운 젊은 세대의 사상 교육에 더욱 힘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문화 란 무엇일까요?

‘문화’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이나 생활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에서 성취한 물질적, 정신적 소득, 즉 지식ㆍ신념ㆍ행위의 총체”입니다. 문화의 뜻과 정의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 또는 주요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무한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문화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삶 속에 녹아 들어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 들과의 상호적 연결고리를 만들며 한 공동체 속의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정책을 펼치고 실행하는 북한의 나날이 강화되는 문화 통치 법 조항들은 북한 내 주민들의 삶을 더욱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고작 한 단어 ‘오빠’를 금지하는 법부터 시작해 인간의 사고까지 통제하려는 북한의 현실에, 감정을 통제당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의 세계관이 겹쳐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손바닥으로 문화 및 언어와 같은 방대한 영역을 가리려 하는 과정 속에서, 무고한 피해자들만 나날이 늘어나는 이 상황이 멈추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여기까지 ‘평양 문화어 보호법’에 관한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주에는 북한과 문화에 관해 더욱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저희는 그럼 다음 주 15번째 에피소드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사회][이거야!ONE] 언어학자가 본 남과 북의 “한국어” | YTN

[북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전문] < 학술 < 이슈+ < 기사본문 - SPN 서울평양뉴스 (spnews.co.kr)

동무 대신 오빠, 동지 대신 님…북한법으로 본 남한 말투 유행 (sbs.co.kr)

“남북 언어 이질화가 아니라 다양성으로 봐야”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hani.co.kr)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 United Nations

[한반도의 오늘] 北의회서 '문화어 보호법' 논의…주민 계급교양 도구 | 연합뉴스 (yna.co.kr)

[평양포커스] 2023년 북한, 유훈통치 탈피 ‘김정은 시대’ 본격화 | DailyNK

"잡탕말 금지"…北, 남한 드라마 인기에 말투까지 단속 나섰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

평양문화어보호법에 ‘공개처형’ 명시… “군중 각성시켜야” | DailyNK

北 ‘평양문화어’ 사용 중요성 강조…주민들 언어 통제 지속 | DailyNK

 

혜산서 청소년 10여명 공개비판…교화 10년형 선고받기도 | Daily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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