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의무
“건강권”

“남편은 간이 곪았는데 처음에 진단을 잘 못 받아서 머리 열나고 그러니까 진료소에서는 감기인가 해서 감기약을 줬는데 몸에서 발작이 와서 다시 군병원에 갔는데 수술이 잘못돼서 10일 만에 그 밑에를 째서 수술했는데 또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20일 동안 수술을 3번이나 했는데 사람이 살아납니까? 사람이 죽게 생겼으니 평양에 데려 가려고 했더니 군병원에서 안 보내줬습니다. 자기들이 환자를 이렇게 만들어놨으니까 시끄럽게 되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 E13-I-0534, 최00, 여, 평안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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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을 통해 기록된 건강권 침해 사건 수)

건강권이란 보건권이라고도 하며 국민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보호를 위해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인 배려와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건강은 생존과 행복의 전제이며, 인간다운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5조에서는 식량권과 건강권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A규약) 제12조에서는 건강권의 향유, 건강권의 실현조치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건강권이 구체적 권리임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보건헌장에서도 적정한 건강수준을 향유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이고,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경제적 상태나 사회적 조건에 의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 헌법 제72조에서 ‘공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가지며...(중략) 물질적 방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민보건법에서는 무상치료, 예방의학, 주체의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본적인 건강권마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사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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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침해 사건 침해유형별 발생 건 (사건 수)

법적으로 ‘무상치료제’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에서 건강권 침해 사건 발생 비율이 해마다 적지 않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은 제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상치료제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에는 치료 시설이나 인력, 병원의료 및 치료 체계 등이 포함된다. 건강권 침해 사건의 조사 결과, 이러한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무너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치료시설과 인력이 부족해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171건, 20.8%)보다 시설과 인력은 있어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병원의 치료가 미비하여 건강권을 침해당한 경우(653건, 79.2%)가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는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한 의료 및 약품체계의 붕괴, 의료서비스에 대한 계층별 불균등한 접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당국으로부터 적정한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가 돈을 가지고 와야 치료를 해주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돈이 많은 특권계층들은 손쉽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돈이 없는 일반 주민들의 경우 치료비를 낼 여건이 안 되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의약품의 경우, 북한의 제약공장과 제약실험 시설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거의 모든 의약품이 중국이나 외국으로부터 원조 또는 밀수로 들어가는데 이중 일부는 병원으로 가고, 나머지는 주로 장마당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품 또한 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돈이 있는 사람은 쉽게 구매가 가능하고 돈이 없는 사람은 값이 싼 가짜 약을 구매하거나 그마저도 구매하지 못해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은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불법적으로 마약을 구입하거나 입수하여 복용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 또한 북한 주민의 건강권을 위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권 침해 사건 시기별 발생 건 (사건 수)

건강권 침해 사건 또한 생존권(식량권) 침해 사건과 같이 그 발생비율이 1990년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고난의 행군시기’와 주민들의 건강권이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영양결핍이나 건강악화에 대한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치료 시설 운영이 힘들어진 것은 물론 치료 인력도 먹고 사는 문제에 봉착하여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권을 침해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의 건강권 침해 사건도 높은 발생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또한 1990년대의 심각한 식량난의 여파와 배급제도의 붕괴로 아사자 및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함과 동시에 의료서비스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건강권 문제는 식량권이 해결되지 않고, 사회․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 계속 발생될 수 있으나, 2010년 이후 사건 발생 규모는 현저히 감소했다.

건강권 침해 사건 지역별 발생 건 (사건 수)

  • 평안북도: 14(1.9%)
  • 자강도: 9(1.2%)
  • 양강도: 89(12.1%)
  • 함경북도: 447(61.0%)
  • 평안남도: 24(3.3%)
  • 함경남도: 83(11.3%)
  • 평양: 21(2.9%)
  • 황해남도: 5(0.7%)
  • 황해북도: 13(1.8%)
  • 강원도: 23(3.1%)
  • 중국: 1(0.1%)
  • 러시아: 4(0.5%)
  • 한국: 0(0.0%)
  • 일본: 0(0.0%)

북한에서 일어난 건강권 침해 사건은 함경도뿐만이 아닌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도 높은 비율을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평양시에서 건강권 사건 발생 비율이 낮은 것은 북한 내 지역별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평양시는 북한의 특권계층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특별 배급지역으로 분류되어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지속적으로 식량이 배급되었다. 또한 한국과 외국에서 지원되는 각종 의약품, 병원 장비들의 배치가 평양에 집중되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사람들의 의료서비스나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평양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특히 특권계층과 간부들은 타 지역 사람들은 쉽게 받을 수 없는 의료 혜택을 제공 받음으로써 건강권 침해 사건 발생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권 침해사건 장소별 발생 건 (사건 수)

「NKDB 통합인권 DB」 건강권 침해 사건 발생 장소는 서비스기관 혹은 정부기관이 55.6%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다. 이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및 의료시설의 혜택을 받으려 했으나, 의료시설의 미비 혹은 거부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피해자의 집이 25.2%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였거나 진료비 등으로 인해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질병으로 인해 고통당하거나 사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건강권 침해 사건은 식량권 침해 사건과 같이 일반 사회에서 많이 일어나지만 구금시설에서는 특히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위의 조사 결과에서 구금시설 내 사건 발생 비율이 낮은 것은 구금시설 내 건강권 침해 사건은 구금 중 질병에 걸려 사망할 경우 생명권으로, 또는 침해내용에 따라 구금자의 권리로 따로 분류하여 조사․분석하기 때문이다.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 사건 세부침해유형별 발생 건 (사건 수)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는 주민들이 질병에 걸려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고통에 노출되었을 때에 법에서 보장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주민들의 적정한 치료 요구에 대해 부당하게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는 사망, 질병발생 혹은 악화로 세부 분류된다.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사건 조사 결과 86.5%의 피해자들이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사람들이 적정한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약품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이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은 간이 곪았는데 처음에 진단을 잘 못 받아서 머리 열나고 그러니까 진료소에서는 감기인가 해서 감기약을 줬는데 몸에서 발작이 와서 다시 군병원에 갔는데 수술이 잘못돼서 10일 만에 그 밑에를 째서 수술했는데 또 성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20일 동안 수술을 3번이나 했는데 사람이 살아납니까? 사람이 죽게 생겼으니 평양에 데려 가려고 했더니 군병원에서 안 보내줬습니다. 자기들이 환자를 이렇게 만들어놨으니까 시끄럽게 되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 E13-I-0534, 최00, 여, 평안남도)

“장천공이 와서 수술을 했는데, 의사가 장을 째가지고 보이는 부위만 절단하고 꿰맨 거예요. 그랬더니 다른 곳이 또 터진 거예요. 그래서 계속 수술을 받았는데 고름이 나오니까, 다시 꿰맨 걸 다시 자르고 하면서 배가 헤쳐진 거예요. 그래서 음식을 하나도 못 드시고 드시기만 하면 그냥 나오는 거예요. 아버지가 몸이 약해지시니까 의사 선생도 영양이 보충된 다음에 수술하자는 거예요. 배가 헤쳐졌으니까 사람 배가 어떻게 됐는지 다 보이는 거예요. 너무나도 처참하게 돌아가셨어요. 꼬맨 부위 사이로 고름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열흘 동안 입원했다가 아버지가 병원에서 사망하셨어요.” (적정치료 거부 및 미비, E19-I-1325, 곽00, 여, 함경남도)

적정치료 시설 및 인력미비 사건 세부침해유형별 발생 건 (사건 수)

적정치료 시설 및 인력의 미비란 환자가 치료를 받고자 하나 병원시설이 낙후되었거나 부족하고, 의약품 또한 부족하거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결국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사망하거나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말한다. 적정치료 시설 및 인력의 미비는 사망, 질병 및 악화로 세부 분류된다.

“황00는 해주에 있는 군부대에서 훈련 도중 하루는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군병원에 실려 나갔는데 하루 만에 죽었어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을 위한 시설에 전기시설이 없어서 수술을 하지 못하고 죽었어요.” (적정치료 시설 및 인력미비, E08-I-5004, 김00, 여, 함경남도)